많은 사람들이 냉면하면 서울의 유명 냉면집의 냉면, 특히 물냉면을 많이 좋아하지만, 속초에서 자란 나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속초에서 냉면하면 소위 비빔냉면, 그중에서도 회냉면을 뜻한다. 그래서 서울 친척집에 놀러왔을 때 엉뚱한 일이 있었다. 늘 속초에서 하던 대로 회냉면을 기대하며 냉면을 시켰더니, 엉뚱하게 물에 면만 덩그러니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봤더니 서울에서는 물냉면을 주로 먹는터라, 냉면하면 물냉면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물냉면을 억지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속초 냉면은 함흥냉면식이다. 고들고들하게 반건조시킨 명태가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냉면을 시키면 냉면과 따뜻한 육수(속초에서는 장국이라고 한다)와 찬 육수가 나오는데, 물냉면처럼 물이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은 찬 육수를 충분히 넣으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속초 냉면집들의 메뉴판에는 비빔냉면/물냉면의 구분이 없다. 하지만 어쨌든 양념없는 냉면은 없다는 것은 알아두시길...
속초에 여러 냉면집이 있지만, 내가 주로 갔던 곳은 고속터미널 근처에 있던
이조면옥이다. 속초에서 서울에 올 때 항상 들러서 냉면 한 그릇 먹고 출발하곤 했다. 요즘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하다보니 어느덧 이조면옥의 냉면을 먹는 일이 오래전 일이 되어 버렸다. 지난 겨울에 오랫동안 속초에 머물게 되어 마음먹고 아내와 함께 갔다.
다른 메뉴가 몇 개 더 있었지만, 냉면 메뉴는 역시 그저 냉면 뿐이었다. 나는 냉면을 시키고, 아내는 육개장을 시켰다. 역시나 장국과 육수가 나왔다. 속초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냉면에 넣을 수 있도록 설탕이 준비되어 있다. 대학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설탕을 넣어 먹는다고 하면 놀라워 하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예전에 먹던 대로, 냉면을 먹기 전에 먼저 나온 장국을 컵에 따라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짜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싱겁게 먹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우려낸 국물 맛은 여전했다.
냉면이 나왔을 때, 설탕을 한 스푼 정도 뿌리고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면과 양념을 잘 비빈 후 냉면을 맛나게 먹었다. 개인적으로 냉면은 가위로 잘라먹으면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역시 냉면은 이로 끊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
끝으로 냉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적어둔다.
장국이 나오면, 장국은 반 컵에서 한 컵 정도 마신다. 냉면이 나오면, 가위로 자르는 것이 좋다면 가위로 면을 적당히 자른다. 설탕을 취향에 맞게 뿌린 후, 면이 잘 비벼질 만큼 육수를 붓고, 냉면을 잘 비빈다. 냉면을 다 먹고나면 건더기들이 많이 남는데, 이또한 남길 수 없다. 주전자에 남아있는 장국을 건더기가 살짝 잠길 정도만 부어 건더기까지 후루룩 마신다면 냉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속초에 간다면 꼭 들러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