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8일 토요일

강원 속초 <정든식당>

개인적으로 매운 음식을 참 좋아한다. 칼국수도 마찬가지다. 그냥 칼국수도 맛있기는 하지만, 매운맛이 더해진 장칼국수는 정말 더 맛있다.

예전에 아내와 데이트를 할 때 취미분식이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장칼국수를 자주 먹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가게가 없어지고 말았다.

이후로 장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비슷하게 얼큰 칼국수집들이 있었지만, 예전 취미분식에서 아내와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내가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정든식당이라고 장칼국수를 잘 하는 집이 있다고 했다. 몇 몇 아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했다. 게다가 주인 할머니께서 본인 컨디션에 따라 문을 열기도 하고 열지 않기도 하고 한다고 했다. 따라서 운이 좋아야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삼시세끼-어촌편의 만재슈퍼같은 느낌 ? ^^

어쨌든 운이 좋았는지 갈 때마다 장칼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장칼국수에 썰은 고추들을 뿌려 매운맛을 더해주면 그 맛은 이루 형언할 수 없다. 맛있게 맵다는 표현을 써야 한다면 이럴 때 써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나중에 칼국수를 다 먹고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 비워내면 배가 남산만해져서 움직이기 힘들다. ^^

그랬던 곳이 요즘에는 많이 알려졌는지, 사람들도 많이 찾고 그러다보니 할머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모두 나와 일손을 거드는 듯 하다. 덕분에 예전처럼 복불복으로 문을 열지는 않는 것 같은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속초에 갔다가 도착하자마자 또는 올라오기 직전에 차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한번쯤은 들러보시기릴...

강원 속초 <이조면옥>

많은 사람들이 냉면하면 서울의 유명 냉면집의 냉면, 특히 물냉면을 많이 좋아하지만, 속초에서 자란 나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속초에서 냉면하면 소위 비빔냉면, 그중에서도 회냉면을 뜻한다. 그래서 서울 친척집에 놀러왔을 때 엉뚱한 일이 있었다. 늘 속초에서 하던 대로 회냉면을 기대하며 냉면을 시켰더니, 엉뚱하게 물에 면만 덩그러니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봤더니 서울에서는 물냉면을 주로 먹는터라, 냉면하면 물냉면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물냉면을 억지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속초 냉면은 함흥냉면식이다. 고들고들하게 반건조시킨 명태가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냉면을 시키면 냉면과 따뜻한 육수(속초에서는 장국이라고 한다)와 찬 육수가 나오는데, 물냉면처럼 물이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은 찬 육수를 충분히 넣으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속초 냉면집들의 메뉴판에는 비빔냉면/물냉면의 구분이 없다. 하지만 어쨌든 양념없는 냉면은 없다는 것은 알아두시길...

속초에 여러 냉면집이 있지만, 내가 주로 갔던 곳은 고속터미널 근처에 있던 이조면옥이다. 속초에서 서울에 올 때 항상 들러서 냉면 한 그릇 먹고 출발하곤 했다. 요즘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하다보니 어느덧 이조면옥의 냉면을 먹는 일이 오래전 일이 되어 버렸다. 지난 겨울에 오랫동안 속초에 머물게 되어 마음먹고 아내와 함께 갔다.

다른 메뉴가 몇 개 더 있었지만, 냉면 메뉴는 역시 그저 냉면 뿐이었다. 나는 냉면을 시키고, 아내는 육개장을 시켰다. 역시나 장국과 육수가 나왔다. 속초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냉면에 넣을 수 있도록 설탕이 준비되어 있다. 대학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설탕을 넣어 먹는다고 하면 놀라워 하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예전에 먹던 대로, 냉면을 먹기 전에 먼저 나온 장국을 컵에 따라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짜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싱겁게 먹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우려낸 국물 맛은 여전했다.

냉면이 나왔을 때, 설탕을 한 스푼 정도 뿌리고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면과 양념을 잘 비빈 후 냉면을 맛나게 먹었다. 개인적으로 냉면은 가위로 잘라먹으면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역시 냉면은 이로 끊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

끝으로 냉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적어둔다.

장국이 나오면, 장국은 반 컵에서 한 컵 정도 마신다. 냉면이 나오면, 가위로 자르는 것이 좋다면 가위로 면을 적당히 자른다. 설탕을 취향에 맞게 뿌린 후, 면이 잘 비벼질 만큼 육수를 붓고, 냉면을 잘 비빈다. 냉면을 다 먹고나면 건더기들이 많이 남는데, 이또한 남길 수 없다. 주전자에 남아있는 장국을 건더기가 살짝 잠길 정도만 부어 건더기까지 후루룩 마신다면 냉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속초에 간다면 꼭 들러보기를...




강원 속초 <감자바우>

고등학생 때 한창 PC 통신을 즐기고 있었다. 여러 동호회에서 활동을 했지만, 지역 동호회 모임을 곧잘 했었다. 특히 하이텔에서 지역 동호회 활동을 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속초 지역 사람들끼리 때때로 번개 모임같은 것을 하곤 했다.

고등학생 시절이다보니 모이면 대부분 어른들이었다. 고등학생이 다녀봤자, 까페나 노래방등이 전부였던 시절이라, 어른들과 함께 가보는 여러 맛집들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들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감자바우 이다. 그 이전에는 감자 옹심이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그 집은 감자 옹심이 전문점이었다. 바닷가 근처에 자리잡은 매우 허름한 건물이었다.

그곳에서 처음 맛 본 감자 옹심이는 그 동안 느껴볼 수 없었던 맛이었다. 옹심이 자체의 차진 식감과, 간장을 살짝 부렸을 때의 짭쪼름함, 그리고 걸죽한 국물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순식간에 해치웠던 듯하다.

그 뒤로도 친구들을 꼬셔서 몇 번 가보기도 했는데, 속초를 떠나 있다 보니 거의 가보지 못했다. 올해 설날에 아내와 함께 가보았다. 먼저 건물이 새롭게 지어졌다. 예전의 그 허름한 모습이 아니었다. 어찌보면 깔끔해졌다고 할 수 있고, 어찌보면 정감이 좀 없어보인다고 할 수 있고. 이런 변화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뭔가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다시 먹어본 감자 옹심이의 맛은 옛전 고등학생 때 먹었던 그대로의 맛이었던 듯하다. 다만 요즘에는 음식을 싱겁게 먹으려다보니 짭조름함을 느끼기 위해 굳이 간장을 뿌리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옛맛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쉬고 계시길래 고등학생 시절에도 왔었다고 말씀드렸더니 놀라워하시기도 하고 반가워하시기도 했다. 그동안 겪었던 변화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말씀해 주셨다.

예전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말씀드렸더니, 되도록 올리지 않으시려고 한단다. 그리고 가격을 올리는 했지만, 시내보다는 1,000 원이 싸다고 말씀하셨다. 값은 싸지만, 시내보다 더 맛있다는 말씀은 빼놓지 않으셨다. ^^

덕분에 맛있는 감자 옹심이를 잘 먹고 나왔다. 다음에 또 속초에 가면 또 가고 싶은 곳이다.